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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 💜/SOMNIUN:: Ashley Z. Adeline

[헨리아실] 당신을 위한 작별 인사

by 김지냐 2021. 6. 26.

당신을 위한 작별 인사 w. 말랑콩떡

KPC. 헨리 맥고윈

PC. 아실리 아델라인

 

 

 
헨리 맥고윈:
나를 보러 와줘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8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다리고 있을게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5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 시작하기 전 사전안내
 
현재 시점은 헨리 맥고윈의 사망 후 1달 후로, 아실리 아델라인이 헨리의 장례식장을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GM의 지시에 따른 필수 판정을 제외하고도 탐사자가 원할 때, 원하는 판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
 
삶의 마지막 순간 진정으로 바랐던 건
 
세계의 평화도, 삶에 대한 미련도 아닌
 
그래, 고작 그 아이의 행복 뿐이었어.
 
……
 

 

 
당신을 위한 작별인사
 
…나는 감히, 영원을 입에 담겠습니다.
 
2021-06-26 15:35
 
KP 형쩔 / PL 지니아
 
KPC 헨리 맥고윈 / PC 아실리 지나 아델라인
 
……
 
 
1. 장례식
 
멀리서부터 희미한 향 내음이 맡아집니다.
 
이곳은 작은 시골 마을의 외각에 홀로 동떨어진 장례식장입니다.
 
허름한 외관의 건물 앞에 멈춰선 당신은 눈을 비비며 꼭 쥐고 있던 쪽지의 주소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오래된 건물입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게 분명한 건물은 낡고, 안은 어두컴컴합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디에서도 인기척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GM: 아실리. 관찰력 판정합니다.
 
아실리 아델라인: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들어가 본 장례식장 안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아실리, 장례식장 안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아실리, 장례식장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어떤 행동을 하나요?
 
아실리 아델라인:(너의 장례식장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조심스레 제단이 있을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 허름한 외관과 달리 내부의 빈소는 대여섯 곳이 존재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불이 꺼져 방치되고 있는 여러 빈 방을 살피던 당신은, 장례식장 가장 깊은 곳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져있는 방을 발견했습니다.
희미한 전등 하나가 전부인 작은 방입니다. [접객실] [상주석] [빈소]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아직도 믿기지 않아서 모든 상황들을 부정하고 있었다. 분명 아닐 거라고, 거짓말일 거라고. 돌아온다는 말에 대답은 해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남아서. 다른 곳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 생긴 의문들의 해답을 받기 위해 빈소 앞에 섰다.)
 
GM: [빈소]
고인의 생전을 기리는 마지막 작별임에도 어디에도 빈소 주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영정 사진이 놓여야 있어야 할 받침대 역시 텅 비어있습니다. 빈소대 밑에 놓인 국화 몇 송이가 이질적이게 느껴집니다.
 
아실리 아델라인:(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영정 사진이 놓여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너의 사진이 없어서. 역시 착각이었나 보다. 사진이 놓여야 할 자리를 손으로 쓸어 보았다.)
 
GM: 희미하던 향내음이 진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 했을 단단한 목재 받침대에, 당신이 찾는 사람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는 건 축복일지 저주일지 모르겠습니다.
[접객실] [상주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상주석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사람이 없는 빈소라지만 상주석마저 비어 있진 않을 것 같았다.)
 
GM: [상주석] 좁은 방 안이라 몸을 돌리자 어렵지 않게 바로 옆의 상주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들어오는 입구의 갈림길, 낡은 위패꽂이는 텅 비어있어, 고인의 이름자 하나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 뒤로 낡은 나무 의자에 놓여진 상복 한 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걸음을 옮겨 나무 의자 앞에 섰다. 놓여진 상복을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다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이곳이 정말 그의 장례식이라면 내가 입어야 하는 옷일 텐데.)
 
GM: 거친 재질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상복은 여성용입니다. 누군가 입고 벗어뒀던 것인지 구김이 존재합니다. 꽤 긴 시간동안 방치되어 서늘한 감촉이 손끝에 느껴집니다.
 
아실리 아델라인:(이미 장례식이 모두 끝나버린 건 아닐까. 상복을 다시 의자에 올려두곤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했다. 왠지 모를 이질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다시 몸을 돌려 접객실로 향했다.)
 
GM: [접객실] 문상객 한 명조차 찾아볼 수 없는 장례식장 안은 서늘한 고요함만 맴돕니다. 온기가 있는 음식물이 드나든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바닥에 남은 작은 흙자국으로 누군가 이곳을 들어온 적이 있고, 또한 급하게 떠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디를 보아도 이 장례가 기리는 고인이 누군지 알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 작은 빈소에서 누구의 장례가 치뤄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마음 속으로 끊임없이 부정하고 있지만
 
꼭 쥐고 있는 두 손의 쪽지 속 주소는 명백합니다.
 
그의 죽음은 대외적으로 알려져서는 안 되기에, 장례식 역시 극비로 진행되었음을... 당신은 알고 있지 않나요?
 
당신은 다른 이에게 헨리의 죽음에 대해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장례식 소식 또한 타인의 입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멀리, 빈소대 앞의 국화들은 헨리가 죽었다는 것을 각인시켜 주듯 생기가 없습니다. 손 끝을 뒤로 하고 이미 꺼져버린 향내음에 당신의 시야가 뿌옇게 흐려집니다.
 
이건 연기가 앞을 가린 겁니다. 이미 꺼진 연기라 해도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남아있을.
 
그런 것입니다.
 
꼬박 이틀밤을 새어 달려온 장례식장, 하지만 당신에게 허락된 시간은 아주 잠깐 뿐입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무도 이름을 알 수 없을, 없어야만 할 무연고자의 장례식이 모두 끝났습니다.
 
문상객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실리 아델라인:(다시 제단으로 돌아가 향 하나에 불을 붙여 끈 뒤 꽂아두곤, 옆에 놓인 국화꽃 한 송이를 올려 놓았다. 그리곤 잠깐의 묵념. 네가 없을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떼 빈소를 빠져나왔다.)
 
Ⅱ. 집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어두운 집안을 둘러봅니다.
 
벌써 아주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이 집에도 활기가 돌던 때가 있었습니다.
 
눈이 닿는 모든 곳마다 떠오르는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찾아온 그 사람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곳은…
 
거실을 지나쳐 바로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가 사라진지 한 달. 그동안 집을 치울 겨를 조차 없었습니다.
 
GM: 방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것 같지만, 집 주인의 깔끔한 성미를 알 수 있듯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옷장, 책상, 침대 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가지런히 정리된 침구 위로 살짝 걸터앉았다. 그 한 달 사이 침구의 촉감은 이질감이 들었고, 익숙한 향기에 눈을 질끈 감은 채 침대 헤드에 살짝 기댔다.)
 
GM: 몸이 무겁고, 축 늘어집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고 더 이상 움직이기조차 싫은 기분입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떠오르는 금빛 머리카락, 그리고 그 밑의 맑은색을 띈 눈동자... 그리고...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기분에 몸을 일으킵니다. 다른 곳을 둘러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몸을 일으켰다. 괜히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터져나오는 울음을 꾹 참았다. 침대 옆의 옷장이 눈에 들어왔다. 열어 볼까 한참을 고민하다 손을 뻗어 옷장 문을 열었다.)
 
GM: [옷장] 익숙한 점퍼가 한 벌 보입니다. 특별한 애착이 있는 건지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항상 입고 다니던 그 사람의 옷입니다. 당신과 마지막으로 만나던 그 날, 추위에 떨고 있는 당신의 어깨에 둘러주고 난 뒤, 지금까지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당신과 함께 남아있습니다. 깨끗하게 세탁해서 돌려 주겠다고 하자, 그 사람이 웃으며 무어라 대답했던 것 같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실리, 관찰력 판정합니다.
 
아실리 아델라인: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 일전에 꺼내어 봤을 때는 몰랐던 종이가 그의 옷 주머니에서 떨어져 나옵니다.
물에 젖었다 펼친 것처럼 구김이 심하고 잉크가 번지긴 했지만 읽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캐럴, 여행에서 돌아왔어. 이번엔 1934년의 디시카로 떠나야 할 것 같아.
 
…라는 사람을 만날 거야. 그에게 급하게 전해야 할 말이 있는데…
 
다녀와서 이야기 해줄게.
 
(잉크가 심하게 번진 쪽지 옆에 구겨진 쪽지 조각이 보입니다.)
 
아실리, 말도 못하고 갑자기 떠나서 미안해.
 
급한 일이 있었어. 쪽지로 전하기엔 너무 길고... 위험한 얘기니까… 나중에, 그래.
 
나, 돌아오면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금방 돌아올 테니까… (지우개로 문질러 지운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쪽지를 오른손에 꼭 쥐곤 다른 손으로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냈다. 돌아온다던 너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이곳에 난 혼자 남겨져 있다. 이름을 부르면 금방이라도 대답해 줄 것만 같은데.)
 
GM: 마지막으로 책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눈물로 시야가 흐려졌다. 그의 재킷과 쪽지를 품에 끌어안은 채 책상 앞에 멈춰 섰다. 분명 이곳에서 이 자리에서 편지를 남겼을 텐데. 넌 어떤 마음이었을까. 캐럴을 두고, 날 두고 떠나야만 했던 넌….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GM: [책상] 어지럽혀진 책상 위로는 액자와 누군가의 여행 일기가 놓여 있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자꾸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거푸 닦아냈다. 시야가 조금 트이고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액자였다. 그가 정말 좋아했던 품에 매번 가지고 다녔던 그 사진이 들어 있을.)
 
GM: [액자] 예상과 다르게 액자에 꽂혀있는 사진은 그와 당신의 사진입니다. 언젠가 아주 날이 밝았던 어느 봄날, 당신과 그가 유일하게 함께 찍은 그 사진. 카메라가 계속해서 흔들려 찍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실리 아델라인:(흔들려 초점조차 잡히지 않은 사진을 여러 장 버리고 나서야 겨우 건졌던 유일한 사진. 사진 속의 난 행복하게 웃고 있었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너의 따스한 눈길까지. 괜한 헛웃음이 나왔다. 어제 일만 같은 사진 속 너와 나의 모습이 다시는 없을 과거여서. 숨이 턱턱 막혀 왔다. 내가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 건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사진을 다시 제자리에 놓아두곤 옆에 놓여 있던 여행 일지를 집었다. 내가 이걸 읽을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조심히 책장을 넘겼다.)
 
GM: [여행 일기] 그의 여행 일기는 겉 표지가 헐어 있습니다. 펼쳐보면 그가 ‘언젠가로’ 여행을 떠난 순간들에 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 머물렀던 시간, 만났던 사람, 얻은 정보… 일기는 주인의 성격을 알려주듯 단정한 글씨체로 적혀 있습니다.
 
세상에 공개되어서는 안 될 정보들까지요
 
일기의 마지막장은 이전 장들과 다르게 제목만 적혀있을 뿐입니다.
 
1934년의 디시카.
 
...
 
당신은 침대에 쓰러지듯 누우며 하루를 끝마칩니다.
 
조용히 베개에 고개를 묻고 흐트러진 감정을 흘리며 잠에 빠져듭니다.
 
Ⅲ. 꿈 속
 
 
눈을 뜬 이곳은 여전히 그가 없는 방안입니다. 창문으로는 연한 푸른 빛이 새어들어와 방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때...
 
헨리 맥고윈:일어났구나, 아실리.
 
똑똑, 작은 노크소리와 함께 방문을 연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 보라색 점퍼를 입은 익숙한 얼굴.
 
헨리?
 
하지만 어떻게 죽은 헨리가 당신의 앞에 있는걸까요?
 
헨리 맥고윈:(가까이 다가와 아실리의 눈가에 가볍게 손을 올려 쓸어내린다.) 눈가가 빨갛게 짓물렀어. 울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실리 아델라인:(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 너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는데,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내 앞에 있는 걸까. 눈가를 닦아주는 다정한 손길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조심히 손을 올려 헨리의 손을 마주잡았다. 제발 꿈이 아니길. 아니 꿈이라면 깨지 않길.)
 
맞잡은 손에서는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 사람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는...
 
창문을 바라보면 건물은 전부 사라져 있었고, 알 수 없이 몽환적인 푸른 하늘엔 우주가 보이는 듯했습니다.
 
아… 이곳은 꿈이구나. 그리 당신은 직감합니다.
 
또한, 잡은 손을 힘주어 붙잡으며 영원히 이 꿈 속에서 깨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못다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겁니다. 다시 본다면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꺼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입은 꼭 붙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 그는 아무 말도 못하는 당신을 조용히 끌어안아 주곤 말합니다.
 
헨리 맥고윈:(몸을 굽혀 조심스럽게 아실리를 끌어안았다. 이 작은 몸으로 홀로 버텨왔을 시간이 안타까워서, 오늘이 지나면 다시금 혼자 남겨둬야 한다는 사실을 뒤로 한 채 잡은 손을 끌어당겨 천천히 아실리를 품에 안았다.) 정말,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까 좀 전까지 외우고 있던 말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네. ... 그냥 많이 그립고, 또 보고 싶었어.
 
아실리 아델라인:(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울면서 시간을 보낼 순 없는데. 꿈은 반드시 깨기 마련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그의 품안에 고개를 묻었다.) 나도…. 나도 보고 싶었어, 헨리.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꿈이라도 좋았다. 이렇게라도 너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이렇게라도 너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서. 고개를 들었다. 꿈에서 깨면 네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을까 봐. 보고 싶은 널 이 순간이 아니면 다시 보지 못할 테니까.)
 
헨리 맥고윈:(아실리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손 끝이 가볍게 떨린다. 주어진 시간이 오래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알고 있지만. 단 한 번이라도 네 슬픔을 온전히 다독여줄 수 있는 순간 정도는, 그 정도는 욕심내도 되지 않을까.) 비겁하고 치졸한 말이겠지만, 네가 슬퍼하지 않길 바랐어. 이기적인 말이지만, 날 봤을 때 네가 웃어주길... 그래주길 바랐어. 내 기억 속의 너는 늘 환하게 웃고 있었으니까. 그러기 위해 네가 감내해야만 했던 순간들을, 노력을, 너무 늦게 깨달은 거야. (떨리는 그 아이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며 속삭이다. 끝내 내뱉지 못한 한 마디. '아실리, 나는 네가...해서 ...고 ...행복하길 바라. ' )(고개를 든 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쓸어냈다. 아실리, 네 이름. 가슴 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홀로 영원히 새기고 갈.)
 
아실리 아델라인:(이 꿈이 깨면 네가 다시 옆에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너와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고, 그렇기에 더 애틋했다. 해 보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좋아한다는 말도, 너의 미래에도 내가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그 어떤 말도 제대로 해 주지 못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 웃는 모습을 그렇게나 사랑했던 넌데. 마지막은 웃으며 보내 줘야 하는데. 애써 웃었다. 널 보며 지었던 환한 미소를.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네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난… 괜찮을 거야. 알잖아, 난 충분히 강하니까. 헨리 네가 없…어도.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어. 그럴 수 있을 거야…. 다만, 네가 슬프지 않았음 좋겠어. 혼자 남겨질 날 걱정하며, 마음속 짐을 얹은 채 그렇게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난 그거면 돼…. (거짓말이었다. 가지 말라고, 날 혼자 두고 떠나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다. 괜찮지 않았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다정한 말들도, 따뜻했던 네 품 안의 온기도…. 그 모든 게 한순간에 사라졌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을까. 다만 이거 하나만큼은 진심이었다. 네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 순간이 너와의 마지막이라면 내 이기심보단 네가 더 소중하기에. 괜찮다고, 정말 괜찮을 거라고. 너를, 아니 나를 그렇게 다독여야만 했다.)
 
헨리 맥고윈:(손 끝을 지나 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양이 많아진 걸 느꼈을 때,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눈시울이 답답해진 것 같았다. 나는 늘 네게 어려운 일들을 떠넘기고 가게 돼. 홀로 남겨져 있을 네가 견뎌야 했던 시간은 미래에 보상하겠다며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던 어느 날, 네 눈동자에 비친 외로움을 읽었을 때 멈췄어야 했는데. 그때, 네 곁에서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널 안아 줬어야 했는데.) 네가 머물고 있는 곳의 시간으로는 한 달 정도가 지났다는 걸 들었어. 나는... 그것보다 조금 더 오랜 시간을 떠돌았거든. 숨이 찰 때까지 달리고, 몸이 녹을 때까지 깊은 바다 속에 빠져 있어도 더 이상의 죽음이 없는 곳...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캐럴, 그리고 친구들... 하지만 내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 뿐이고, 주어진 모든 시간을 단 한 번이라도 네게 온전하게 쓰고 싶었어. 아실리, 나는 왜 진작 네게 그러지 못했던 걸까.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네게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입 밖으로 내는 날 용서해. 아니, 용서하지 마.
(천천히 손을 뻗어 네 침대 옆에 놓인 일기장을 펼쳐 들었다. 두꺼운 일기장에서도 앞 쪽에 서술된 과거를 천천히, 조용한 목소리로 네게 읽어 주었다. 19살의 내가, 너를 만나고 썼던 여행 일기를.) 그렇게, 나는 알게 된 거야. '과거의 자신에 대한 기억'의 출처와 관련된 모순이 생긴다는 사실을. 그 뒤로는 함부로 과거의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지. 아실리, 너는 어떤 시간여행자가 가졌던 유일한 불가항력이자 유일한 모순이었어. 그 순간 나는 바로 알았거든. 과거에도, 미래에도, 혹은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먼 미래에도... 내가 사랑하고, 사랑하게 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직 너 뿐일 거라고.
 
아실리 아델라인:(너는 참 나빴다. 괜찮을 거라는 내 다짐을 무너뜨리고 또 울리고야 말았다. 웃으며 보내고 싶은데, 정말 예뻤던 우리의 시간만을 네게 담아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또 힘들어하는 모습만 보여 줄 수밖에 없어서. 아, 결국 나는 네 시간 속을 맴돌 수밖에 없구나. 너의 시간이 멈춤으로써 내 시간도 멈춰가고 있구나. 네 얼굴을 몇 번이고 기억 속에 새겨 놓고 싶은데 눈 앞이 자꾸 흐릿해진다.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가 않는다.) 헨리, 나는 있지…. 난 한 번도 널 미워한 적이 없어. 그래서… 그래서 용서할 일도 이유도 없어.
(차분하고 나긋하게, 아니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가 너도 괜찮지 않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너로 인해 잊지 못할 순간들을 보냈다고. 너와 처음 만났던 그 날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어쩌면 너의 유일한 불가항력의 존재여서, 유일한 모순이어서. 그래서 너의 시간을 내가 바꿔버린 게 아닐까.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너를 빼앗아 버린 건 아닐까.) 내 모든 시간의 이유는 너였어. 우리가 능력자가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였을까? 너와 내가 함께일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널 만난 걸, 너의 시간 속에 존재했던 걸 후회하지 않아. 이거 하나만큼은 진심이야. 우린 만날 운명이었고, 그래서 함께 달려온 거잖아. 고마워, 정말 행복했었어. 너로 인해 웃을 수 있었고, 많은 걸 배웠어. 그러니까…. 네가 없을… 미래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사실 무서워. 불러도 돌아오지 않을 대답이. 혼자서 헤쳐나가야 할 많은 시간들이. 네가 없을 미래가. 그렇게 억겁의 시간을 지나, 내 숨이 멎을 마지막에도 너는 없을 거라는 게. 앞으로의 내 시간엔 네가 쓰일 수 없어서. 너의 시간은 이미 멈춰 버려서.)
 
헨리 맥고윈:(너의 말이 끝나자 나는 그제서야 결국 널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습관처럼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더 없이 아려오는 감정에도 양손에는 물기 한점 묻어 나오지 않았다. 나의 시간은 진작 멈췄고, 이미 아주 길고도 먼 여행을 떠났음을 알고 있음에도.) 아실리, 아실리, 아실리...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고 나오지 않는 울음을, 떨림을 삼켜낸다. 나도 두려워,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나는 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겠지. 두렵고, 또 두려워. 죽고 싶지 않아, 아주 천천히 숨을 고르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마 이 시간이 아니더라도, 우린 다시 만날거야. 어떤 미래에서라도 우린 다시 서로를 찾겠지. 아실리, 과거를 지나 미래에서, 또 다시 너를 찾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내가 너를 찾을 수 있게... (아, 네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형편 없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그렇게 지내줘. 멀리서 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다가도 나는 또 다시 네게 시선을 빼앗길테니까.
(바지 밑으로 보이는 다리가 조금씩 옅어진다. 침대로, 이불로, 방 안으로... 조금씩 흩어지는 빛무리에 어느덧 내게 주어진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짐작했다.) 아실리, 이제... 이 꿈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이야. 이곳에 남겨진, 나의 흔적을 모두 지워줘. (마지막이니까...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비집어 올려 웃었다. 네게 이 모든 시간이 너무 아프게 기억되지 않기를.) 내 물건을 안고, 작별인사를 하면 하나씩 내 흔적이 사라질 거야. (베개 옆에 내려두었던 일기장을 네게 건냈다.)

 

 
아실리 아델라인:(이젠 듣지 못할 네가 불러주는 내 이름. 그 목소리 너머로 너의 두려움이 전해졌다. 괜찮지 않았다. 내가? 아니 네가. 나보다 더 두려워 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흘러 끝을 맞이한 네 시간을. 너는 그 시간을 두려워 했었다.) 헨리 네 말대로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우리의 시간은 너무 짧았잖아. 해 보지 못한 게 너무 많잖아 우린. 그러니까 반드시… 꼭 만날 거야. 그때까지 버텨내 볼게.(네가 없을 시간을, 모든 순간들을.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내자 점점 흐려지는 네 모습이 보였다. 이건 눈물 탓에 흐려지는 게 아니었다. 네가 사라지고 있었다.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나 깨기 싫어…. 네 흔적을 너와의 추억을 지우기 싫어. 시간이 이대로 멈춰 버렸으면 좋겠어. 그치만… 안 되겠지. 나 정말 널 보내 줘야 하는 거겠지…? (마지막이니까 애처럼 투정을 부려보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붙잡고 싶어서. 애써 웃었다. 다시 울음이 터지려는 입술을 꾹 깨물고 너의 흔적을 하나씩 지우기로 했다. 네가 건넨 일기장을 받아 들었다. 한 장, 두 장, 그렇게 너의 일부를 마음에 묻었다. 네가 편히 떠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이렇게라도. 내 눈물에 번져가는 그의 일기장을 다시 덮었다. 그리곤 일기장을 품에 끌어안았다. 또 다른 이별의 시작이었다.)
 
GM: [kpc의 흔적들] 방안에는 옷장책상, 침대가 보입니다.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눈을 감고, 그의 흔적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합시다.
 
아실리 아델라인:(몸을 일으켰다. 침대 앞으로 비척비척 걸어가 다시 침대에 털썩 걸터얹았다. 손을 뻗어 침구를 쓸어냈다. 너와 함께했던. 언젠가 까무룩 잠에 들었던 날, 품에 꼭 끌어안고 토닥여주던 너를. 훅 끼쳐 오던 네 온기가, 그리고 네 향기가. 이젠 없을 추억 하나. 안녕.)
 
GM: [침대] 당신이 일어난 침대는 푹신했고, 아직 당신의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눈을 감고 작별 인사를 하면 침대는 흩어져 사라집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에
 
우리는 더더욱 현재에 충실해야만 했습니다.
 
GM: [옷장]과 [책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침대가 사라진 곳을 한참 응시하다 몸을 돌려 옷장 앞에 섰다. 손을 뻗어 옷장 문 위에 얹었다. 왜인지 온기가 남아있는 듯했다. 네 향기가 배여 있어 좋다며, 걸쳐입고 뱅그르르 돌아 보이자 해맑게 웃어 보이던 네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데. 품에 끌어안고 있던 너의 재킷을 다시 옷걸이에 걸어 옷장 안에 넣어 두곤 문을 닫았다. 차마 보지 못할 것 같아 눈을 꼭 감고 옷장에 이마를 기댔다. 안녕.)
 
당신이 눈을 감고 작별 인사를 하면 옷장은 흩어져 사라집니다.
 
끌어안았던 그의 옷에선 헨리의 온기와 향이, 아주 잠깐이지만 맴돈 것 같습니다.
 
그때의 찬란함을 기억하기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GM: 마지막으로 [책상]을 둘러보면, 깨끗한 책상 위로 액자가 보입니다.
 
아실리 아델라인:(액자를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이것만큼은 정말 놓을 수가 없는데. 몸을 돌려 너를 바라보았다. 싫다며, 정말 이것만큼은 놓기 싫다며.)
 
헨리는 마치 멈춘 것처럼, 당신의 세 걸음 뒤에 서서 그 모든 작별 인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신과 마주쳐도 그는 힘겨운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내젓습니다.
 
아실리 아델라인:(점점 숨이 막혀 왔다. 괜찮을 리가 없지만 괜찮아야만 했다. 사진 속 너를 손으로 여러 번 쓸어내렸다. 이대로 사라지면 정말 남은 게 없게 될까 봐. 내 기억 속에서도 널 지우게 되는 걸까 봐. 한참을 머뭇거렸다. 사진을 품에 끌어안았다. 어떻게든 버텨내던 감정들이 몰아쳤다. 그대로 주저 앉아 너와 나의 추억을 끌어안고 울었다.) 잘 가…. 잘 가 내 사랑….
 
당신이 눈을 감고 작별 인사를 하면 액자는 흩어져 사라집니다.
 
품에 닿았던 차갑고 딱딱한 액자가 어쩐지 따스하게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사진은 사라져도 그때의 따듯한 기억은 당신의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겁니다.
 
…서서히 헨리의 모습이 흐릿해지는 게 느껴집니다. 맑은 빛무리가 그의 몸 주변을 감싸고 있습니다.
 
일기를 제외한 모든 흔적을 지운 당신에게로 헨리가 다가가 머뭇거리다 일기를 건네줍니다.
 
헨리 맥고윈:(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너를 위로하려 몇 차례 입을 달싹였지만 아무런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서서히 몸이 흩어지며, 깊은 물 속에 빠지듯 감각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가물거리는 시야 끝에,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디뎌 네 앞에 마주섰다.) 나는 늘 너를 찾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다시 만나는 건... 조금 늦어도 괜찮아. 너는 널 사랑해 줄 다른 사람들과 더 오래오래, 아주 많이 행복하게 살다가... (목이 메여 크게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 내가 흐릿한 기억이 될 수 있게, 그렇게 행복하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스치듯 내 생각이 나면 그때 한 번만, 딱 한 번만 다시 내 이름을 불러 줘. (조심스럽게 아실리를 끌어안고, 이윽고 양팔을 벌려 꼭 끌어안았다.) 잠시라도 너와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했어, 아실리.
 
헨리의 일기는 그가 당신을 품에 안자 맑은 빛과 함께 흩어져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사라져야 할 그의 흔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겁니다.
 
헨리 맥고윈:(환하게 웃으며 네게 영원한 안식을 청했다.) 아실리, 내 모든 흔적의 마지막인 날 지워 줘.
 
아실리 아델라인:(네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어. 네가 없는 내가 어떻게 잘 지낼 수가 있어. 너를 탓하는, 이 모든 상황을 탓하는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그러면 네가 편히 떠나지 못할까 봐. 혼자 남겨진 내가 힘들어질까 봐. 보내기 싫은데. 사랑하는 널 보내기 실은데. 이대로 꿈에서 깨기 싫은데. 놓기 싫다는 듯 품에 안겨 너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이대로 놓으면 정말 우리의 끝이 올까 봐. 아니 이미, 와 버렸지만 이렇게라도 붙잡아 두고 싶어서.) 언제가 되든… 기다릴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꼭 다시 만나자 우리. 얼마가 걸리든, 설령 다음 생이더라도. 그래도 기다릴게…. 그러니까 넌 내게 돌아와 주겠다는 약속만 해 주면 돼. 정말 많이 좋아해.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에도. 내 시간엔 너밖에 담을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잘 가, 내 사랑.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아.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야.
 
헨리 맥고윈:(눈물 어린 고백에 고개를 들고 조심스레 아실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이 닿고 짧은 정적, 그 끝에는 이마를 맞대고 속삭였다.) 아실리,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너의 시간이 멈춰있지 않고 유한하게, 또 따스하게 흐르길 바랄 거야. 1933년, 그때에 멈추지 말고 너는 계속해서 흘러갈 네 시간을. 나는 그때의 시간을.
사랑해, 사랑했어.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 거야. 네게는 부디, 오랜 아픔으로 남지 않길...
 
당신은 눈을 꾹 감고는 작별 인사를 합니다.
 
그의 따뜻한 온기와 맞닿은 몸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눈을 급하게 뜨면 헨리는 당신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습니다.
 
당신을 본 그는 어쩐지 편한 얼굴로 점점 흩어져 사라집니다.
 
맑은 빛무리가 한 차례 당신의 뺨을 맴돌고... 바람결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고마워. 그리고...
 
당신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헨리를 불러봅니다.
 
더 이상...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Ⅳ. 현실
 
맑게 비쳐오는 햇살에 서서히 눈을 뜨면... 당신의 방입니다. 익숙한 천장은 어쩐지 뿌옇게 일그러집니다.
 
문득 당신의 손에 무언가 쥐어져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당신의 손에 쥐어진 것은 '1934년의 디시카'
 
…제목만 적혀 있던 일기의 마지막 장입니다.
 
헨리 맥고윈:‘1935년 01월 xx일’
‘어두운 밤을 지나면 새 아침이 밝아오듯, 참고 견디다보면 언제고 행복한 시간이 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아침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면 영원히 지독한 암흑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둠을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빛을 갈구함과 동시에… 너무 오랜 시간 어둠과 함께였던 나 자신을 깨닫고야 말았다.’
‘기어코 삶의 마지막 순간이 너무 이르게 다가왔을 때, 그제서야 알게된 사실에 대하여. 조금만 일찍 깨달았다면 좋았을 것을.’
‘그래, 종국에 내가 진정으로 바라게 된 건 세계의 평화도, 삶에 대한 미련도 아닌 그래, 고작 그 사람, 오직 한 사람의 행복 뿐이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그 사람의 옆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미래를 바랐고…’ (지우개로 무언가를 지운 흔적이 보입니다.)
 
 
헨리 맥고윈:아실리, 지금 이 일기를 보고 있어?
네게 하고 싶었던 말. 그 말은, 영원히 묻어 두려 해. 부디 네가 오래 슬퍼하지 않기를. 네 앞길에 영원한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담으면 담을수록 한가득 참지 못하는 감정이 차오릅니다.
 
미어 터져 나오는 감정을 닦아내고 또 닦아냅니다.
 
점점 젖어드는 손등은 툭툭 눈물 방울을 편지 위로 떨어뜨립니다.
 
저려오는 가슴을 끌어안은 채로, 편지를 품에 안은 채로 크게 목 놓아 울어봅니다.
 
헨리, 당신을 많이 사랑했어요. 당신을 정말로 많이 사랑했어요…
 
이제 정말로 안녕입니다. 잘가요, 내 사랑.
 
Ending [나의 변칙, 나의 유일무이, 그리고…]
 
[…영원]
 
헨리 / 로스트
 
아실리 / 생환
 
당신을 위한 작별인사
 
…나는 감히, 영원을 입에 담겠습니다.
 
2021-06-26 15:35 – 20:05
 
KP 형쩔 / PL 지니아
 
KPC 헨리 맥고윈 / PC 아실리 지나 아델라인
 
……
 
삶의 마지막 순간 진정으로 바랐던 건
 
세계의 평화도, 삶에 대한 미련도 아닌
 
그래, 고작 그 아이의 행복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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